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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초단편소설]입사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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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입사동기는 게을렀지만 인정받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생존 전략은 허세와 몰염치, 입발림과 무의미 추구다.

 

한번은 팀장님이 조금 처리하기 애매한, 어렵지도 쉽지도 않고 안 하기도 뭣하지만

 

꼭 필요하지도 않으며 누구의 일도 아닌 일을 대충 처리하기 위해 팀원들에게 물은

 

적이 있다.

 

아무도 선뜻 하겠다는 말을 하지않는 상황에서 김씨는 묘한 압박감을 느꼈고 결국 손을

 

들고 자신이 하겠다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김씨의 입사동기는 업무보느라 잘 못들었다며 김씨에게 무슨 일을 한다는 건지

 

묻는다.

 

김씨의 간략한 설명 뒤 입사동기 안씨는 선뜻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이 같이 도와주겠다고 팀장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한다.

 

그 일은 둘이서 같이 할 일은 아니었지만 선의를 묵살하는 것은 악의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어려운 법.

 

김씨와 팀장은 그러겠노라, 그리하여라 하였다.

 

물론 도움이 필요치 않은 일에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었다.

 

새로운 사업아이템에 대한 회의를 할 때였다.

 

김씨는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라 조심스레 의견을 내놓았다.

 

문제는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기가 까다로우며 주관해야 할 담당 업무가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씨는 그 일을 맡아야 할 안씨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말했지만 미안함은 금세 사라졌다.

 

안씨는 담당 업무자로서 그 아이디어의 무의미함에 대해 일장연설을 실시하였다.

 

담당자로서 그는 그 순간 거의 신의 경지에 있었던 것 같다.

 

그 무의미론은 그 자리의 모든 사람을 지치게 했고, 아이디어의 색깔 마저 변하게 하였다.

 

김씨는 조금 분했지만 담당자는 아니었다.

 

한번은 업무마감이 다들 임박한 상황이었다.

 

안씨는 밀린 일이 많았지만 그것은 안씨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팀 전체에 문제가 될 수 있기때문에 김씨는 남의 일에 침이 말라감을 느꼈다.

 

마감 시일을 하루 남기고 김씨의 입사동기 안씨는 과감하게 김씨에게 고백한다.

 

그 일은 정확하게 따지면 우리의 일이라고 얘기한다. 우리는 운명공동체임을 고백한다.

 

그는 당당한 고백을 했고 김씨는 거절의 명분이 없었다.

 

그렇게 일은 처리되었고 담당자는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김씨는 입사동기를 평생 봐야하는가 잠시 고민한다.

 

차라리 그가 승진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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