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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짧은글]정신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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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이 가득하다.

외로워서, 기대에 부응하기위해, 무시 당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은 정신병으로 귀결된다.

교사는 꽤 정신병에 걸리기 쉬운 직종이다.

세상 사람 모두가 비판하는 일을, 그리고 그 직접적인 수혜자 마저도 비난하는 일을,

알면서도 할 수 밖에 없으니 정신이 온전하면 이상할 것이다.

이런 열악함 속에서 몇 가지 방어막은 필수다. 적어도 하나쯤은 장착해야한다.

그 가장 처절한 방어막은 "난 잘못한 것이 없어"가 아닌가싶다.

원래 인간은 기본적으로 잘못한 것은 없는데.

가끔 학생과 갈등이 생겨 고성이 오가는 모습을 보면,

자신을 방어하는 표현과 변명같은 회피를 학생이 아닌 교사가 하고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학교밖에 있는 사람들은 교사가 대단한 슈퍼갑으로서 학생들에게 갑질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이제 변명은 교사의 몫이다. 다만 아무도 측은하게 생각지 않을뿐.

학생들 중 일부가 수업을 듣지 않을 권리에 대해 주장하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다.

좋다. 그런 권리도 있을 수 있다. 고등학교라면 더더욱.

근데 듣지 않을 권리는 필연적으로 다른 행동을 수반하며 그 행동은 수업의 질에 영향을 준다.

결국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리를 무기로 장전하고 수업을 듣지않을 권리에 저항하지만 3자의권리는 힘이 없다. 격앙되면 변명으로 귀결된다.

※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photo-831514/

 

수업시간 만큼은 배타적인 권리가 있다고 배웠다. 대통령이 와도 수업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내부의 적은 이기기 힘들다.
규칙, 참 어렵다.

사실 그것들을 모든 학생이 지킨다는 것은 세상의 이치와 맞지않다.

효율성을 내세우고 당위성을 주장하며, 공평성까지 장착해도 개인 삶의 다양성 앞에서는 한없이 무기력하다.

징계는 교육이 아니다. 그래서 빌어도 보고 타일러도 보지만 결국 도로아미타불.

동료교사의 눈치도 보고 관리자의 눈치도 보고 다른 학생들의 눈치도 본다.

예외는 다른 예외를 만들고 곧 일반화된다. 다시 변명한다.

교육부가 정책을 발표한다. 현 입시제도의 문제점과 교육현장의 부조리함을 개선하겠다고.

시행한다. 시행할 당사자의 상황은 모른채, 구경꾼들을 위해 급히 시행한다.
다시 정책을 발표한다. 학생들의 꿈을 찾아주기위해, 현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위해,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정책을 실행할 당사자들의 절망을 토대로 구경꾼들의 대리만족을 충족시킨다.

유행과 유행에 근거한 새로운 잣대로 평가를 받고, 다시 변명을 한다.
나이와 경험의 한계로, 씨알도 안먹힌다.

칠판에도 써보고 스크린에 띄워도보고 학습지에 나열도 해보고 영상에 담아도 보고,

도저히 안 되어 내 몫을 넘겨도 보지만 왕따처럼 덩그러니 칠판앞에 내던져진채

무신경한 눈빛들에 둘러 쌓인채 일부의 동정에 만족하며 대의를 주장하는 사람은

분명 정신병자다.

누군가의 정신에 침입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정신에도 침입을 허용할 수 밖에 없다.

그 치열한 파고듦을 막기 위해 벽도 치고, 오히려 역공도 가하지만 상처를 피해갈 수 없다.
상대를 향한 자기위안, 그 정신적 소용돌이에 갇힐 수 밖에 없는 그들이 너무 측은하다.

측은하고 측은하여 돕고싶어도 그 역시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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