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득

[에세이] 나홀로 도전 중학교 때의 일이다. 그즈음 또래들은 늘 서로를 놀리며 어울리고, 또 그러다 싸우기를 반복했다.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고, 특히 운동에 관해서 무시 받는 걸 지독하게 싫어했다. 학교가 끝나고 방과 후에 축구나 농구를 하는 것은 당연했고,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에도 운동장은 늘 아이들이 넘쳐났다. 수십 개의 공들이 어지럽게 뒤엉키는 와중에서 우리 반의 공을 정확히 찾아 축구를 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면 신기할 뿐이다. 그런 일상을 보내다 보니 대화의 주제는 늘 누가 더 축구를 잘한다, 농구를 잘한다 등으로 가득 찼고, 이러한 대담 평가의 연장전으로 다시 축구를 하고, 농구를 하고, 또다시 핀잔을 주고, 이의를 제기하며 그 시절은 지나갔다. 그냥 그런 것이 가장 중요한 시절이었다. 사건이 발.. 더보기
인내를 위한 격언 사람을 대할 때 세상에 둘만 있다고 생각하자 나의 불만을 들어줄 이도 나의 비난을 들어줄 이도 나의 기쁨을 함께할 이도 나의 고통을 분담할 이도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이다 더보기
시란, 어디에서 나온 글인지 모르지만 글쓰기의 최전선(은유)에서 보고 바로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설명하기 힘들지만 무언가 글에서 느껴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나도 무언가를 떠 마셨다는 증거가 아닐까 더보기
한국교원대 파견 생활 후기 교사가 공식적으로 대학원 파견을 갈 수 있는 곳은 서울대와 한국교원대, 단 두 곳뿐이다. 그 중 서울대는 파견인원이 많지 않고 영어공부도 따로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어 많은 분들이 교원대 파견은 생각하는 것 같다. 이에 교원대 생활 후기를 통해 미리 알아두면 좋을 얘기들을 해보려고 한다. 1. 파견 조건 교원대 파견을 가는 조건은 간단히 말하면 시험을 쳐서 합격하면 된다. 다만 원서접수 과정에서 교장선생님의 사인이 필요하긴 하며, 시도교육청에 따라 약간의 제약은 차이가 있다. 문제는 시도별 파견 배정인원이 정해져 있어 교과 전공별 경쟁률과는 별도로 시도교육청 안에서 다른 과목과의 경쟁이 발생하는 데 이는 사실 예상하기 힘들어서 시험 잘쳐도 떨어질 수가 있다. 즉, 약간 운이 필요하다. 시험에 대한 얘기를 .. 더보기
[수필]나랑 맞지 않는 사람 사거리 교차로였다. 대각선으로 가기 위해서는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야 했고, 신호등도 두 번 바뀌어야 했다. 보다 넓은 도로의 신호등이 녹색으로 변했다. 그는 그 넓은 도로의 신호를 지키기 위해 보다 좁은 도로의 신호등을 무시하고 달렸다. 그는 안전하게 대각선 맞은편으로 건너갔고, 조금 뒤 다른 사람들이 좁은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 사람들은 한 번 더 무심히 기다렸고, 이미 건너갔던 남자는 이제 보이지 않았다. 앞서간다는 것은 그런 것인가. 회식 자리에서 흔히 있는 일이었다. 메뉴가 무엇이든 회식자리는 으레 음식이 조금씩 남았다. 목적이 음식보다는 다른 것에 있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 남은 음식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 사람이 또 으레 있기 마련이다. 꼭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어도 나이가 .. 더보기
[한풀이]이상한 사람 세상에는 참 이상한 사람이 많다,고 말하면 마치 나빼고 다 이상한 사람이라 주장하는 듯 하여 다른 사람의 동의를 구하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참 이상한 사람이 많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서 많다는 것은 비율적으로 더 많다는 의미는 당연히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 이상한 사람이 가지는 파급력을 생각한다면 단순히 주민등록상 한 명으로 다 똑같이 세는 것도 이상한 것 같다. 이상한 사람을 모른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상한 사람들은 온몸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은 고려하지 않은 채 범퍼카처럼 이리저리 부딪히려한다. 맞다. 그 몸사위는 부딪히기위한 몸부림이다. 이상함은 그 충격 사이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그 충격으로부터 자아를 찾는 듯 하다. 그렇게 비대해진 이상함으로 결국 장내는 가라앉.. 더보기
[초대장] 10월 초대장 배부합니다. 티스토리 10월 초대장 배부합니다. 필요하신 분들께서는 이메일 주소와 개설할 블로그 주제 및 사유를 적어서 댓글로 달아주세요. 감사합니다. 더보기
[짧은글]잠수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우리는 상대방의 말을 통해 상대방의 생각을 판단하고자 한다. 아니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어떤 판단도 서지 않은 채 그 다음을 진행할 수 없기에 부족하지만 생각을 정리한다. 우선 나를 생각한다. 내가 현재 어떤 마음상태인지. 난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말을 했었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말을 듣기를 바랐던 것인지. 다시 당신을 생각한다.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당신은 어떤 말을 듣고 싶었는지. 나의 말이 당신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생각을 거듭하며 가라앉는다. 어떤 바다인지 모를 곳으로. 우선 가라앉는다. 그 외에 특별히 할 수 없기에. 후회한다. 나의 선택을, 나의 선택된 말을. 되새겨본다. 다른 선택이 있었는지. 그 길.. 더보기
[에세이]반영된 언어 교육학에서 비고츠키는 언어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한다. 언어는 생각의 매개체이자 동시에 생각, 그 자체이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 언어를 통해서 인간의 사고가 발달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진정 안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중요한 언어는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오히려 아낄수록 미덕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현 시대는 자기 PR시대이지만 침묵은 자기 PR에 있어 중요한 전략적 수단이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다원화되고 개인화된 현대 사회에선 자연스러운 귀결일지도 모른다. 워낙 다양한 인간들(사실 내 생각에 별반 다를 것도 없다고 느끼지만)의 이해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화적 결과일지도 모른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상대주의의 높은 이상은 현실 속에서.. 더보기
[수필]화장실, 가장 낮은 곳에서 드러나는 가치 화장실, 가장 낮은 곳에서 드러나는 가치 버스터미널 화장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오간 탓에 깨끗한 순간을 찾기 힘들다. 청소부의 부지런한 손길도 수많은 나그네들의 방문에 부족하기만 하다. 빈 칸을 찾기 힘든 터미널 화장실에서 굳게 닫힌 칸막이 문을 보며 건너편 편안히 앉아 있을 누군가를 많이도 원망했다. 이제 그만 나와도 되련만, 바깥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구나, 배가 통증을 호소할수록 원망의 농도는 짙어 갔다. 그러다 덜컥 뒤늦게 달려온 사람이 후다닥 들어가 버리면 정말 살인이라도 날 것만 같다. ※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photo-218074/ 좌변기 칸막이 속에서도 안 좋은 기억은 계속된다. 더러운 변기, 아무렇게나 버려진 휴지들은 큰 문제도 아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