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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2015.03.30._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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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하나 있음을 2월쯤 알았다.
나의 척추는 내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나보다.
간헐적인 통증의 간격이 짧아지다 없어지고야 나서
그렇게 비싸게 느껴지던 MRI를 찍었다.
그곳에선 늘상 있을 판단을 의사는 선언했고
꼬리뼈에 굴욕적인 주사를 맞았다.
잠시 괜찮아진 듯 했다. 살짝 무리를 했나보다.
나의 척추는 그 전보다 더욱 무너졌고
신경은 좀 더 크게 호소한다.
일주일 간 앉을수가 없었다. 살다가 이 정도의 통증이
이리 오래 지속되기도 처음이다.
결국 난 나의 병을 인정하고 주변에 알렸다.
사회의 일원으로써 공백을 스스로 만들기가 무엇보다
싫었으나 제 기능을 잃은 나는 이미 자격정지인지도
모르겠다. 아프다고 말하는게 어릴때부터 참 꺼내기 힘든
말이었는데 곧잘 나오는거 보면 조금은 컸나보다.
나의 공백을 십시일반 메꿀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서는데 그들은 고맙게도 느껴지지도 않을 나의 통증을
염려한다. 사방팔방 소식을 전하고 정보를 모은다.
그 잔잔한 노력이 감동스럽다.
태풍이 오지도 않은 잔잔한 바다의 어부들도 충분히 급하게
움직인다. 월척이 아니어도 릴은 열심히 감긴다.
그렇게 잔잔한 일상을 공유하는 사이가 돼버렸다.
고작 한 달, 참 짧지만 고마운 시간이었나보다.
근근히 한 달을 감내한 나의 허리가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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