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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2015.05.15._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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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12일_복귀

드디어 일상으로 복귀했다.
항상 그렇듯이 환경이 변하고 나면 그 전의 생활이 모두 꿈처럼 느껴진다.
이런 현상을 보통 적응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적응은 의외로 서글픈 면이 많은 것 같다.
들어오기 전에 머리 속으로 그렸던 계획, 다짐, 그 결과들이 너무나 쉽게 허물어짐을 느낀다.
역시 세상살이는 내 맘 같지는 않다. 그 사실을 너무도 쉽게 인정하는 나를 느끼며 나이 먹은 것도 같고,
한편으론 나약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다.
아마 나약해 진 것이 맞는 것 같다.
가정을 꾸리고 싶다. 이제 남의 자식 말고 내 자식에게 애정을 쏟고 싶다.
거참... 가정을 꾸린다... 소박한 듯 거창한 목표같구나..
일이 많다. 나열하는 것이 무의미 할 정도로 일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하루이틀 일도 아니지만 항상 두렵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든 내 능력 밖의 일이든 일의 시작을 앞둔 마음은 항상 초조하다.
그래서 많이 망설이고 미적거리며 그 일의 근처에서 어슬렁거린다.
그 어슬렁거림이 나중엔 일의 비료가 되어 결과를 풍족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던 점에 안위하며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주저하고, 불평하고 두려워한다.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 한 일의 결과물은 얼마나 많을까?
세상에서 제일 한가한 사람이 한 일의 결과물은 얼마나 초라할까?
적어도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결과물을 창출한 사람이 한 일의 양이
가장 일을 많이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라는 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가장 가난한 초라한 사람이 하는 일의 양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불평등, 원천적이던 후천적이던 발생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한다면 별로 초조해 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생각이 산으로 간다.
창밖으로 체육을 하는 학생들이 보인다.
교사는 참 신기한 직업이다. 교육은 참으로 신비한 작업이다.
이렇게까지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전문직이 또 있을까.. 덕분에 참으로 많이 따라오는 절차상의 작업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것 만큼 책임이 큰 일도 없는 것 같다.
경쟁을 지양하자며 오직 경쟁논리 만으로 교사를 움직이려 하는 교육부,
의미없는 공부는 싫다며 아무런 공부도 하지 않는 학생들,
학생들을 위한다며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교사들,
교사가 공정하길 바라며 자신의 아이는 특별하길 바라는 학부모들..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 감소를 주장하며 펼치는 다양한 입시정책들..
공문서 감축을 위한 공문을 내려보내는 교육청..
매순간 느껴지는 작은 부조리들과 큰 절망감 속에서 희망을 외쳐야 하는 교육의 길은
참으로 무겁고 어렵다.
코딱지 만큼이라도 남보다 조금 더 안다고 생각하면 조언을 빙자한 간섭을 일삼는 세상에서
내 길을 만드는 것도 그 길을 걷는 것도 너무 어려움을 느낀다.
흔히 비판받기 싫어하는 사람은 나를 보고 너무 부정적이라 말한다.
부정적이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은 나를 얼만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일까?
그 사람도 꽤 사회에서 중요한 사람이겠지, 많은 학생들이 많은 것을 배웠겠지.. 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며 나는 비판적일 뿐 긍정적 희망을 꿈 꾼다고 반박한다.
매일 조금씩, 어쩌면 항상 어느정도 머리의 일부에 써놓은 생각들을 이렇게 풀어놓고 싶다.
사실 이렇게 글 보다는 말로 하고 싶고, 반박도 듣고 싶고 교감하는 눈빛도 보고 싶다.
정말 난 사회적 동물인가 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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