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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2015.09.15._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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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인지..
여기에 글을 쓰는 것도, 아침에 고요한 길을 걷는 것도..
큰 계획없이 즉흥적으로 일어난 두 일에 마음이 풍족해진다.
지금 약간 졸린 피곤함이 좋다. 이대로 잠 들 수 있다면 난
부자거나 늙은이겠지^^ 둘 다 아니어서 더 좋다.
해가 막 떠오르는 배경으로 논이 가득하다. 벼와 벼 사이에서
거미들이 지어놓은 집이 가득하다. 마치 거미줄을 치기위해
벼를 설치해놓은 느낌이었다. 유기농법으로 굳이 거미줄을 장려한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더라.
근데 막상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미는 어디로 갔는지 도통 잘 보이지가 않는다.

이사를 간건지, 죽어버린건지.. 주인없는 집에 희생적인 손님들이 몇 걸려있다. 그건 어떤 의미의 죽음일까?
그냥 자연계의 교통사고 쯤 되려나..;;
사곶과 콩돌해변 사이쯤 바다에서 안개가 밀려온다.
보통 멀리 희미한 것이 가까이 가면 또렷해지는 법인데, 안개는 멀리 또렷하고 가까이 희미하다.

해서 안개에 진입한 것인지 그냥 근접한 것인지 아리송하며 안개로 파고든다.
하얀 안개 속이라 세상이 하얗게 되지는 않는다.
여전히 논은 푸르고 강은 어둡고 하늘은 파랗다.
코스모스 무리, 구절초 더미, 이름을 알 수 없는 수수들을 끼고
길을 걷는다. 산책은 꼭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만나기위해 걷는 것은 아니라 마주오는 모든 것이

반가울 수 있다. 오늘도 꽤 반가운 마음이 가득했다. 이대로 반가움이 나의 학교까지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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