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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신의 아낌 황석영의 소설"바리데기"에서 일찍 부모를 여윈 바리를 안쓰러워하며 압둘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신은 아끼는 사람을 먼저 데려가신단다."멋진 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사는 종이 인간이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신은 처음부터 인간을 그리 탐탁치 않게 여긴 것은 아닐까? 더보기
2014.11.21._겨울 진짜 겨울이 왔다. 기승전결의 결, 서론-본론-결론의 결, 결국의 결, 겨울이 왔다. 겨울은 몸이 추운만큼 마음의 따뜻함이 절실하다. 그래서 선물도 나누고 기부도 하고 소원도 빌어본다. 찬 겨울 바다의 붉은 태양을 보며 마음을 녹여본다. 어제 잠깐 들은 연수에서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예수님이 말씀하셨단다. 왜 사랑이 먼저냐, 그 분 말씀으론 믿음은 과거에 있고 소망은 미래에 있지만 사랑은 현재에 있기때문이란다. 공감이 된다. 사랑은 항상 현재에 있다. 마음이 따뜻해지기 위해선 현재를 사랑해야 한다. 현재 사랑하는 이가 있어야하고, 현재 사랑을 받고 있어야 한다. 선생님은 참 불쌍한 직업이다.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이다. 외부로부터 주어진 유통기한이 아니라.. 더보기
2015.03.30._병 병이 하나 있음을 2월쯤 알았다. 나의 척추는 내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나보다. 간헐적인 통증의 간격이 짧아지다 없어지고야 나서 그렇게 비싸게 느껴지던 MRI를 찍었다. 그곳에선 늘상 있을 판단을 의사는 선언했고 꼬리뼈에 굴욕적인 주사를 맞았다. 잠시 괜찮아진 듯 했다. 살짝 무리를 했나보다. 나의 척추는 그 전보다 더욱 무너졌고 신경은 좀 더 크게 호소한다. 일주일 간 앉을수가 없었다. 살다가 이 정도의 통증이 이리 오래 지속되기도 처음이다. 결국 난 나의 병을 인정하고 주변에 알렸다. 사회의 일원으로써 공백을 스스로 만들기가 무엇보다 싫었으나 제 기능을 잃은 나는 이미 자격정지인지도 모르겠다. 아프다고 말하는게 어릴때부터 참 꺼내기 힘든 말이었는데 곧잘 나오는거 보면 조금은 컸나보다. 나의 공백을 십시.. 더보기
2015.05.15._복귀 2015년 05월 12일_복귀 드디어 일상으로 복귀했다. 항상 그렇듯이 환경이 변하고 나면 그 전의 생활이 모두 꿈처럼 느껴진다. 이런 현상을 보통 적응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적응은 의외로 서글픈 면이 많은 것 같다. 들어오기 전에 머리 속으로 그렸던 계획, 다짐, 그 결과들이 너무나 쉽게 허물어짐을 느낀다. 역시 세상살이는 내 맘 같지는 않다. 그 사실을 너무도 쉽게 인정하는 나를 느끼며 나이 먹은 것도 같고, 한편으론 나약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다. 아마 나약해 진 것이 맞는 것 같다. 가정을 꾸리고 싶다. 이제 남의 자식 말고 내 자식에게 애정을 쏟고 싶다. 거참... 가정을 꾸린다... 소박한 듯 거창한 목표같구나.. 일이 많다. 나열하는 것이 무의미 할 정도로 일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하루.. 더보기
2015.06.01._개벽 아들의 이름을 짓는다면 '손벽'이라고 짓고 싶었다. 이유를 여러 가지 생각해봤는데 우선 사람이 살면서 만날 수 밖에 없는 다양한 '벽'들을 보다 더 많이 만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야 더 성장하고 당당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그런 생각. 또 '손뼉'과 발음이 유사한 것도 좋았다. 놀리기도 좋고 그래서 어울리기도 좋고..;; 결국 다른 사람과 계속 마주친다는 의미이니 좋은 것 같다. 만약 정말 아들을 낳아 그런 이름으로 살게한다면 아들은 나를 원망하려나? "아버지 마음처럼 인생이 풀리는 줄 아세요?"라는 말을 가슴에 묻고 살지는 않을까?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난 '벽'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 나중에 개명을 하더라도 우선 이름을 짓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니까.. 끝없이 깊은 부모의 마음조차 우리는 .. 더보기
2015.09.15._산책 얼마만인지.. 여기에 글을 쓰는 것도, 아침에 고요한 길을 걷는 것도.. 큰 계획없이 즉흥적으로 일어난 두 일에 마음이 풍족해진다. 지금 약간 졸린 피곤함이 좋다. 이대로 잠 들 수 있다면 난 부자거나 늙은이겠지^^ 둘 다 아니어서 더 좋다. 해가 막 떠오르는 배경으로 논이 가득하다. 벼와 벼 사이에서 거미들이 지어놓은 집이 가득하다. 마치 거미줄을 치기위해 벼를 설치해놓은 느낌이었다. 유기농법으로 굳이 거미줄을 장려한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더라. 근데 막상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미는 어디로 갔는지 도통 잘 보이지가 않는다. 이사를 간건지, 죽어버린건지.. 주인없는 집에 희생적인 손님들이 몇 걸려있다. 그건 어떤 의미의 죽음일까? 그냥 자연계의 교통사고 쯤 되려나..;; 사곶과 콩돌해변 사이쯤 바다에서 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