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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짧은글]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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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우리는 상대방의 말을 통해 상대방의 생각을 판단하고자 한다. 아니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어떤 판단도 서지 않은 채 그 다음을 진행할 수 없기에 부족하지만 생각을 정리한다. 

우선 나를 생각한다. 내가 현재 어떤 마음상태인지. 난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말을 했었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말을 듣기를 바랐던 것인지.

다시 당신을 생각한다.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당신은 어떤 말을 듣고 싶었는지. 나의 말이 당신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생각을 거듭하며 가라앉는다. 어떤 바다인지 모를 곳으로. 우선 가라앉는다. 그 외에 특별히 할 수 없기에.

후회한다. 나의 선택을, 나의 선택된 말을. 되새겨본다. 다른 선택이 있었는지. 그 길은 꽃길이었을까.

"나는 단순히 그런 말을 듣고 싶었던 거야."

라는 당신의 주장을 심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난 도저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어. 아니 단순히 '그런 말'을 듣기위해 한 말이라고는 생각되어지지 않아. 그 단순한 말을 들었다면 상황이 끝났을까? 난 그렇게 생각되어지지 않아. 왜냐면 그 단순한 말을 내가 안 한 것은 아니니까. 중간중간 스쳐지나갔지만 말 그대로 스쳐지나가버렸어. 분명 '그런 말'은 떠다녔지만 안착하지 못하고 날아가버렸어.   

사실 나도 듣고 싶은 말이 있었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나는 만족해. 잘한 것 같아."

이런 종류의 말. 물론 이 말도 떠다녔어. 하지만 난 그 말을 붙잡을 수는 없었어. 그러기에 따라오는 뒷말이 앞의 말을 멀리 처내버렸어. 무엇이 당신의 본심인지 구분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야.

다시 생각해.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반복되고 반복되어지는 이 답답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나에게 있을까. 내가 해결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 막막함은 바다 밑바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겠지. 긴 시간 계속 힘들겠지. 나는 참을 수 있을까. 아니 진정 이해할 수 있을까.

 

연락이 되지 않는 건 상대방에게 불만을 표출하기 위함일까. 아니면 그냥 상대방과의 대화가 싫어서일까.

종종 끊어진 연락의 횟수만큼 미워한 시간이 쌓였을까. 버티기 힘든 고통이 넘어온다. 잠시 빠지더라도 힘을 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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