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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에세이]잡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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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기 전에는 잘 몰랐다.
풀들은 겉보기 그저 그랬고, 그래서
'잡초'라 불렸다. 나도 그 것들이 잡초라고 생각했다. 하나같이 비슷했다.
내가 뿌린 씨들이 어떤 모습으로
크는지 알 기회도 없이 화단은 잡초밭이
되었다. 잡초는 강하고 빠르고 끈질기다.
딱히 무엇을 제거해야 하는지 모른채 시간은 갔고 무엇인가 제거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도 왔다.
백일홍이며, 코스모스, 루드베키아, 민들레가 꽃을 피었다. 달맞이꽃도 나리꽃도 뒤늦게 꽃을 피었다. 개망초도 피어나고, 개미취도 보였다.
다 한 때 잡초였던 녀석들이다.
이제 좀 서로 알아가나 싶었더니 또다시
사라진다. 다시 잡초가 되었다.
꽃을 보기위해 기다린 시간이 지나간다.
매일같이 흩날리던 물줄기며, 그 사이 반기던 무지개며, 가끔 못보던 잎과 줄기를 발견하곤 조심스레 훑어보던 내모습이며, 무엇하나 귀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런데 잡초는, 천했다.
꽃은 잠시 방심한 사이 거짓말처럼
피어나고 안개처럼 사라졌다.
항시 날 받아준건 평범한, 꽃이 없는 그대임을 깨닫는다.
꽃이 피기 전에 몰랐었다.
잎도 꽃이며, 줄기도 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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